네팔 버스 이야기 : #3 승객의 임무

네팔 버스 이야기
#3 승객의 임무



버스에 타면 우리 승객들도 버스 안내군과 기사님 못지 않은 임무가 주어진 곤 한다. 임무의 성격은 어떤 버스에 타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첫 번째 임무, 사랑을 배달하라! 

한국처럼 배달 서비스도 없고, 교통도 불편한 곳. 산골마을에서 버스는 배달의 임무도 수행한다. 특히 이 업무는 승객들의 협조가 중요하다. 산을 오르는 중간 중간 물건을 들고 서있는 사람을 보면 버스 안내군 혹은 승객이 버스의 벽을 쿵! 하고 치고 버스를 세운다. 
밖에서 물건을 건네는 사람은 이 물건의 목적지를 승객이나 버스 안내군에게 이야기 하며 물건을 맡긴다. 보통....산에서 내려오는 버스에는 한 땀 한 땀 지어 만든 이불, 산에서 캔 산 나물, 직접 담근 술 등 정성이 담긴 것들을 그리고 도시로 부터 올라 갈 때는 배터리, 충전기, 서류, 과자 등 생필품을 실어보낸다. 앗 참... 가끔은 염소와 닭도 있다. 

꾸꿀(kukur,개)이 도 함께 출발
승객들은 받아 든 물품을 무릎 위에 올리거나  발 아래 바닥에 두어 주는 이의 마음이  목적지까지 온전히 닿을 수 있게 돕는다.  수신지에 도착 하면 미리 기다리고 있던 받는 이가 반갑게 물품을 건네어받는다. 

이건 정말 놀랐다. 자세히 보면.... 벽돌 들인데
마을로의 운반을 위해 출발 전 버스 안에 수십장의 벽돌을 쌓았다. 

두번 째 임무, 네 힘이 되어 줄게~~!

두번 째 임무는 보통 도시에서 이루어 진다. 
출 퇴근 길, 버스가 사람 통조림이 된 것 마냥 꽉 차 붐빌 때. 착석의 행운을 얻은 승객들은 서 있는 승객들을 위한 임무를 시작한다.

서 있는 승객의 가방이나 짐을 받아 무릎에 올려 쌓고 새로운 승객이 버스에 매달리기에 앞서 창문으로 가방을 받아 준다. 붐비는 버스 안 짐을 들어준 사람과 맡긴 사람 사이의 무언의 텔레파시는 환상 적이다. 그 많은 가방들은 승 하차가 잦은 와중에 헷갈릴 법도 한데 완벽히 주인을 찾아 간다. 

더욱 큰 심혈을 기울여야 할 때가 있다.  바로, 아기가 탑승할 때 이다.
사람이 너무 많을 때는 아기의 엄마가 창문으로 아기를 넘겨 주기도 한다. 아기를 조심스럽게 받아 아이의 집에 다다르면 엄마는 앞문으로 내려 다시 창문으로 아이를 넘겨 받는다. 버스에서 처음 만난 낯선 이에게 아이를 안긴 어머니, 아이를 받은 승객, 아이. 내 눈에는 낯선 장면이 모두에게는 너무나 자연스럽다. 작은 아기 마저도 이 상황이 두렵지도 놀랍지도 않은 듯 낯선 사람의 품에서도 맑은 눈망울을 굴리며 울지 않는다. 


여유로운 버스에서 만난 귀여운 아가와 동네 삼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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