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 음식 이야기 #1 네팔의 하루



네팔 음식 이야기
#1 네팔의 하루

네팔은 음식에 있어 민족, 지역, 종교 별로 다양성을 보이지만 주식으로는 밥을 먹는다.
우리 나라의 밥, 국 반찬과 같이 대개 달(녹두 국)-밧(밥)-떠르까리(반찬) 을 평평한 접시에 함께 담아 오른손으로 먹는다.

네팔의 식문화는 가족의 일정에 따라 차이를 보여 아침-점심-저녁시간의 개념이 한국 처럼 분명한 편은 아니다. 학교와 직장을 다니는 구성원이 있는 가정의 식문화에 맞추어 하루를 이야기 해 보려 한다.

아침이 참 일찍 시작되는 네팔.
5시~6시 달콤하게 끓여낸 따뜻한 찌야(차)와 함께 하루가 시작된다. 네팔에서의 찌야는 굉장히 상징적인 의미를 가졌다고 본다. 아침을 깨울 때, 사랑하는 사람을 만났을 때, 처음 사람을 만났을 때, 중요한 이야기를 나눌 때, 언제 어디서나 찌야는 등장한다. "안녕하세요, 차 드셨나요?(너머스떼, 찌야 카누 버요?)" 라고 인사를 건낸다면 네팔의 문화와 습관을 완벽히 이해한 현지인의 인사가 된다.


계피와 월계수 잎을 끓여 거름망으로 걸러내 설탕을 여러스푼 넣는다. 기호에 따라 우유를 넣기도 한다. 우유를 넣지 않은 찌야를 깔로찌야(블랙티, 까만차), 우유를 넣은 찌야를 듀드찌야(밀크티, 우유차)라고 부른다.
비스킷과 찌야를 마시고 잠에서 깨면 출근 준비, 등교준비를 시작한다. 그동안 가사를 담당한 사람은 가족들이 먹을 식사를 준비한다.

9시~10시 달, 밧, 떠르까리의 준비가 끝나면 가족들을 불러 식사를 시작한다. 식탁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가족의 문화마다 다르겠지만 거실 바닥에서 식사를 하는 경우를 자주 봤다.

이렇게 식사를 마치면 학생들과 직장인이 있는 가족의 아점이 된다.
찰기가 없는 날씬한 쌀에, 녹두 국, 강황향신료(?)로 조미된 감자볶음, 치킨, 볶은 채소와 네팔 식 피클인 어짜르를 평평한 원형 접시에 담아 조물 조물 손으로 먹거나 숟가락으로 먹는다.




흔히 한국에서 인도요리집에서 먹을 수 있는 그런 다채로운 커리를 상상하면 큰 오산이다.
재료의 다양성은 있지만 맛과 향의 다양성은 장담할 수 없다.

1시~2시 간식 시간을 가진다. 이 시간에는 간단한 간식과 찌야를 마신다. 정~~~말 다양하고 맛있는 간식들이 많다. 보통 모모(만두), 두넛(도넛), 푸리(튀긴 난), 로티(빵 종류), 차오민(볶음 국수), 짜우짜우(라면), 볶음밥 등을 많이 먹는데 이 간식들과 찌야를 곁들인다.

달콤한 설탕 과자가 들어간 제리푸리
콩조림
모모(만두)
매콤새콤한 맛이 일품인 랩핑
감자튀김

4시~6시 학교와 직장에서 돌아온 가족들은 집에 돌아와 다시한번 간식을 먹고 찌야를 마신다. 밖에서 먹기도 하고 머꺼이(팝콘)이나 찌우라(쌀과자), 짜우짜우(라면) 등 집에서 직접 만든 간식을 먹기도 하는데 '오늘 따라 자극 적인 것을 먹고싶은데?' 싶은 날에 만드는 쨋팟(Chatpate)은 네팔을 대표하는 주전부리다.

큰 그릇. 양푼이를 가지고 와서 생라면을 부수어 가루 스프를 넣고 쌀과자, 및 각 종 짠 과자를 첨가한다.  그리고 라임과 레몬, 양파, 고수를 잘게 썰어 넣어 퍼먹으면 새콤매콤짭짤한 쨋팟이 완성된다.
쨋팟
채소감자 튀김 뻐카오라
남은반찬 볶아 만든 볶음밥
볶음밥
속재료를 싸서 먹는 버프키마로티

8시~10시 달밧떠르까리를 먹을 시간이다.

아침과 거의 흡사하다. 늦은 시간에 거하게 먹는다. 아무리 간식을 많이, 늦게 먹었어도 달 밧 떠르까리는 꼭, 꼭, 꼭 먹어야 한다.

처음 네팔에 왔을 때는 함께 지내는 가족들과 저녁시간을 맞추는 것이 힘들었다.
4시에서 6시, 늦으면 7시에 먹는 간식 시간에 라면을 먹고 충분히 배가 불렀던 나는 내가 먹은 것이 저녁식사라고 생각하고 잘 준비를 했다. 씻고 나와 잠자리에 들려는 순간 디디(언니)가 내려와서 밥을 먹으라고 했다. 식사를 위해 잠과 사투를 벌인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 "오늘 식사를 기다리기 힘들어서 먼저 잘게요." 라고 말을 한 적이 있는데 할머니께서 손녀에게 밥을 먹이려는 열정 만큼 밥심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우리 네팔리 들은 절대 잠을 자게 두지 않았다. 혹시라도 전에 먹은 간식 탓에 배가 고프지 않을 때도 "기다리면 배가고파질테니깐 천천히 그 때 먹자" 라고 이야기 하던 네팔리들이었다.

정통 달 밧 떠르까리
(식당에서 볼 수 있는 컨셉으로 일반적인 가정집에서 가족끼리 먹을 때는 굳이 이렇게 차리지 않음)


향신료가 입에 잘 맞고 종교적으로 터부시 하는 음식이 없다면 네팔은 맛있는 음식들이 많다. 하지만 네팔에서 거주한 한국인으로서는 맛의 다양성이 있다고는 이야기 하지 못하겠다. 다수의 외국인들이 비슷한 맛이(커리.커리.커리) 반복되는 가정식에 적응 하기 어려워 하곤 한다.

최근 네팔에서는 식습관을 고치기 위한 운동을 심심치 않게 볼 수있다.
불규칙적인 식사, 탄수화물에 편중된 식단(많은 양의 밥과 감자반찬)과 습관처럼 마시는 찌야에 들어가는 엄청난 설탕양이 각종 성인병 유발의 원인이 되고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농업에 종사하던 과거에는 밥심이 아주 중요했고 금방 허기지는 네팔 쌀의 특성 상 기타 반찬들에 비해 섭취하는 밥의 양이 많았지만 변화된 현대사회에도 불구하고 식습관은 여전히 농업사회의 식습관을 유지하고 있다.


다음엔, 산간마을의 식사와 가사분담 대해 글을 써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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